외국어라는 건 참 익숙해지기 힘든 존재인 것 같습니다.

십수년을 배웠어도 입에서 한 마디 만들어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더라구요.

영어가 컴플렉스이지만 그동안은 애써 외면하고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 회사 업무적으로도 더 이상 물러날 데가 없을 것 같아 전화영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레벨테스트는 작년 가을에 받았지만 실제로 시작한 건 한 달 전이라,

그 사이에도 정말 하기 싫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었죠.


가장 싫은 게 뭐였냐면 말이지요..., 제 영어실력이 바닥이긴 하지만,

어설프게 문장을 만들어 입 밖에 내놓는 순간 '아, 틀렸다'라는 건 알거든요.

근데 틀렸다는 것만 알지, 실시간으로 제대로 된 문장을 만들 능력이 없어요.

제가 듣기에도 한심한데 남이 듣기에는 얼마나 한심할까 하는 생각에, 창피했던 거에요.

그게 설령 내 비루한 영어를 교정해주는 사람이라고 할 지라도 말이지요.


왜 이렇게 장황하게 서두를 늘어놓느냐 하면...

마지못해 전화영어를 시작한 후, 이랬던 선입견이 다 깨졌거든요 ㅎㅎ


처음엔 직히 어떤 강사님도 미리 알지 못했기에,

완전 단순하게 제가 들을 수 있는 시간대가 비어있는 사람을 찍었어요.

그렇게 Pinky쌤하고 시작했죠.


처음엔 쫄았어요.

머릿속이 하나도 정리가 안되고, 한심해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아는 단어도 생각이 안나서 쩔쩔맸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처음의 긴장이 조금씩 누그러들었습니다.

어눌하고 앞뒤 안맞는 문장을 더듬더듬 얘기해도 괜찮다는 걸 알았거든요.

Pinky쌤이 즉석에서 틀린 부분 잡아주고 따라하게 해주고 심지어 메일로도 알려주는데 무슨 걱정일까요!

저는 처음부터 제대로 된 영어문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필요가 없었어요.

그저 제 의도에 맞는 제대로 된 영어 표현을 Pinky쌤으로부터 받아 외우면 되는 거였어요.

그걸 깨달은 순간, 그간 느끼던 압박감은 덜어놓고 수업에 좀더 적극적이 되어갈 수 있었네요.

물론... 제대로 된 영어 표현을 외워도, 늘 틀리는 곳에서 틀리게 되는 건 아직 문제지만;;;;


한달이 참 짧았던 것 같습니다.

원래는 회화 10분, 문법 10분으로 20분 이어 수업을 신청했었는데

다시 신청하면서는 회화 20분으로 바꾸어 등록했습니다.

편안하게 대화를 이끄는 Pinky쌤하고 수다떨다 보면 10분이 참 짧더라구요.


지금 당장은 더듬더듬이지만,

이렇게 몇개월 더 지나다 보면 정말 실력이 많이 늘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ㅎㅎ

Pinky쌤과 함께 천천히 길을 가보려고 합니다.